최근 정정불안이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에서 33세의 젊은 여성 검사가 자치공화국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는 모양입니다. 이름은 나탈리아 포클론스카야 (Наталья Поклонская). 아름다운 외모와 방송 카메라에 잡힌 시크한 언동 덕분인지, 한국 인터넷에서도 약간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솔직히 저도 보고서는 이게 무슨 역전재판스러운 검사님이죠 싶은 생각밖에는... "소생하는 역전" 편 호우즈키 토모에 수석검사 생각이 나더군요. 웬걸, 생김새는 둘째치고 직급까지 같아요 (...)
신경이 쓰여서 현지 정보를 좀 모아봤습니다.
신경이 쓰여서 현지 정보를 좀 모아봤습니다.
- 24세 아닙니다. 33세입니다. (...)
- 러시아 국가정치국 소속이라는 소문도 퍼졌는데 그거 약자를 착각한 겁니다. 최근까지 러시아어 약자로 ГПУ 라는 기관에서 일해 왔다고 나오는데, 소련에 존재했던 국가정치국 (ГПУ,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е политическое управление) 은 이미 1920년대에 문 닫은 KGB의 전신이 되는 기구고요. 이 분이 소속되어 있던 기구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 (ГПУ, Генеральный прокурор Украины) 입니다. 중앙검찰 총장실 직속 검사였던 것 같네요. 요컨대 중앙정부의 핵심 인력이었던 셈인데...
- 그 이전 경력으로는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 검사로 근무하면서 권력형 비리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던 모양입니다. 자치공화국 국회의원이자 축구팀 FC 타브리아 관계자였던 Reuben Aronov라는 사람이 지역 갱단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모양인데, 2011년 이 수사를 지휘하면서 이름을 날린 듯. 그 뒤 심페로폴 광역지구 환경담당 검사로 일하다가 우크라이나 중앙검찰 총장실로 옮겨간 듯. 하여튼 러시아하고 직접 관계는 없어요.
- 크림자치공화국 국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검찰총장에 기용할 만큼 극단적 친러파임에는 분명합니다. 무려 현지 방송 기자회견에 나와서 키에프 정부는 "재에서 기어나온 마귀들 (чертями из пепелища, Devils from the ashes)" 이라고 공개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위의 유튜브 동영상에 나오는 말은 아닙니다.)
- 당연히 우크라이나 중앙검찰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포클론스카야 검사를 국가권력 또는 헌정 전복 행위에 참여한 혐의, 요컨대 내란죄로 형사고발하고, 검찰총장실 근무규정 위반으로 해임하는 한편 그녀의 검찰 법무이사관 (чертями из пепелища) 지위를 박탈했다고 합니다. 배신감이 클 테죠.
- 임명 배경을 보면 좀 더 아수라장입니다. 크림자치공화국 전 검찰총장과 휘하 직원들이 크림자치공화국 총리에게 불복해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검찰청 접근이 이틀간 봉쇄되기까지 했습니다. 그 뒤 크림자치공화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제각기 크림 검찰총장 대행을 임명하기에 이르고, 결국 11일자로 자치공화국 국회 의결을 통해 선임된 게 포클론스카야 총장입니다. 요컨대 자치공화국에서는 중앙정부 말이라면 전부 씹어먹겠다는 기세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 그 와중에 현지 뉴스 사이트는 아름다운 신임 총장이 SNS에 올렸던 섹시한 여행사진을 퍼다가 돌리고 있군요 (...)
지구 반대편에서야 "총장님 절 잡아가세요!" (...) 식으로 흥미본위로 떠들 수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어쨌든 이리도 첨예합니다. 한때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검찰의 촉망받는 인재였던 아리따운 검사님은 하루아침에 자치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지명되었고, 신임 총장이 된 그녀는 중앙정부에 말로 다 못할 쌍욕을 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그녀를 국가 반역자라며 고발했습니다.
오늘의 우크라이나 사정이 이렇습니다. 안타깝네요.
정보 출처:
grani.ru/people/2164/, http://crimea.comments.ua/news/2014/03/11/091532.html





덧글
우크라이나 사정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모양이군요.
어차피 러시아계 주민이 60%를 넘어서 투표 결과에서 반대가 뜨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투표로 도장 쾅쾅 박히고 나면 이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봉합이라는 선택지는 아주 물 건너 가는 거겠죠. 그나마 가장 온건한 게 크림이 러시아로 넘어가는 게 될 정도로...